동남아 관광객들 '한국겨울'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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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설 연휴기간 직장동료 22명과 함께 한국행 스키 여행을 온 대만인 첸샤오웨이(28.여). 6박7일 일정으로 지난 6일 강원도 Z스키장에 여장을 푼 첸은 설경에 반해 스키 '첫경험' 에 나섰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골반에 통증이 심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자 8일 서둘러 귀국했다.

경기.강원일대 스키장과 서울.경기 등지의 한증막.온천에 중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관광객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정도 많이 찾았다.

그러나 통역문제와 불친절, 스키장의 안전시설 미비 때문에 한국의 '겨울' 상품을 즐기려 입국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입국〓올초부터 9일까지 입국한 동아시아 관광객은 중국계가 ▶홍콩 3만여명▶중국 2만3천여명▶대만 1만3천여명▶싱가포르 4천여명 등 모두 7만여명에 달해 전년동기 대비 32%의 증가추세를 보였다.

또 말레이시아 관광객도 전년보다 50% 늘어난 2천8백여명이 입국했고 일본 관광객은 무려 15만명이나 됐다. 특히 설 연휴기간(지난 3~6일)에 입국한 동아시아 관광객은 3만6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늘었다.

◇ 스키관광〓한국관광공사는 스키시즌이 끝나는 3월초까지 동남아 스키 관광객 35만명이 입국, 지난해 23만여명보다 12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4박5일 스키 상품 가격이 1백만원 안팎으로 일본상품의 3분의1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스키장 숙박시설이 호텔.콘도미니엄.유스호스텔.민박 등으로 다양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용평리조트의 경우 평일에도 평균 6백여명의 동아시아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국내 유명 스키장과 특급호텔은 이달말까지 객실 예약률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르네상스호텔 마케팅팀 박찬희(朴贊喜)팀장은 "겨울상품 관광 특수로 동아시아 관광객이 몰려 연말부터 숙박률이 30% 이상 치솟고 있다" 고 말했다.

◇ 한증막.온천관광〓서울 강남 일대 대형 한증막 관광과 온천 관광, 민속촌과 놀이동산의 얼음판 팽이치기.썰매놀이가 겨울 관광상품으로 뜨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G한증막과 경기도 과천시 A한증막은 매주 2백~3백여명의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려 거적을 쓰고 황토방에 들어가 땀을 빼는 한국식 사우나를 즐기고 있다.

D여행사 가이드 최선자(崔善子.여)씨는 "겨울에 익숙하지 않은 동아시아 관광객들이 한증막이나 썰매타기에 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 문제점〓중국계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데도 스키장은 대부분 중국어.일어 통역원이 거의 배치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외국 관광객의 부상 대비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강원도 Q스키장의 경우 지난달 외국인 골절환자가 11명에 이르렀고 다른 스키장도 눈이 낯선 동남아 관광객 부상 건수가 하루 평균 3~4명에 이르고 있다.

S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인 입맛에 맞는 음식 개발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고 일부 스키어의 무례와 불친절, 지저분한 화장실이 대표적인 불만사항으로 꼽힌다" 고 지적했다.

김태진.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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