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과거 말씀이 수정안과 다르면 사과할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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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주호영 특임장관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주 장관은 중앙SUNDAY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세종시 문제의 중요한 관계 당사자"라고 했다. "(세종시)수정안의 내용이 (대통령의) 과거 말씀과 다를 경우 사과할 수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다음은 기사 전문.

한나라당은 세종시 문제로 분열돼 있다. 세종시에 다수의 행정기관을 내려 보내면 행정의 비효율이 생긴다며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친이명박계와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거나, 필요하면 거기에 알파(α)의 기능을 추가해야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친박근혜계가 충돌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저러다 한나라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주호영(사진) 특임장관이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났다. 특임장관은 과거의 정무장관처럼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다루고 대통령의 특명을 이행하는 각료다.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부의 정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9월 개각 때 특임장관직을 신설했고, 대통령 당선인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주 의원을 그 자리에 앉혔다.

“수정안 나오면 박 전 대표에게 보고”
주 장관은 13일 기자와 인터뷰한 자리에서 “박 전 대표를 찾은 것은 그가 세종시 문제의 중요한 관계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서도 박 전 대표와는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비쳤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이 만들어지면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고 의견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수정안이 나온 다음뿐 아니라 그 이전에라도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안의 내용이 대통령의 과거 말씀과 다를 경우 (대통령이) 사과할 수 있다고 본다”는 말도 했다. 주 장관은 “한나라당의 분당, 지방선거 패배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지만 한나라당엔 자생력이 있는 만큼 세종시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낙관했다. 그는 “국가든, 조직이든 분열되고 반목하는 쪽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국가든, 당이든 통합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이계는 반대 세력을 포용하지 못한 걸 반성해야 하고, 친박계는 섭섭한 마음이 있다면 그걸 털고 우리 함께 정권을 교체했다는 동지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 전 대표에게 먼저 만나자고 했나.
“그렇다. 박 전 대표는 9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4개국 순방을 마친 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그때 두 분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며, 원안 수정을 위한 대안이 나오면 박 전 대표와 상의하겠다’고 말씀한 걸로 안다. 정부는 현재 대안을 만들고 있지만 그것의 내용이 차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무슨 구체적인 내용이 있고, 플랜(plan)이 있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상의한다고 했는데 정부는 그런 상의도 없이 막 밀고 나가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는 말씀을 박 전 대표에게 드렸다.”

-박 전 대표는 무슨 말을 했나.
“제 말씀을 듣고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제 입장은 이미 말씀드린 그대로다(정치의 신뢰를 위해 원안을 지켜야 하고, 필요할 경우 원안에 알파를 플러스해야 한다는 입장)’고 말씀하셨다. 박 전 대표가 한 얘기는 그게 전부다.”(박 전 대표는 14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경제도 중요하지만 신뢰·문화·법치 등 무형의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주 장관에게 박 전 대표를 만나라고 지시했나.
“아니다. 언론의 보도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고,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길까 봐 박 전 대표를 찾아가 말씀드렸다.”

-정부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논의의 출발점은 대통령과 국회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정부기관이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면 국가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지역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려 보낼 부처 수는 줄이는 대신 기업이나 대학을 이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든, 대학이든 자체 조사 및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대안이 곧 마련되긴 어렵다.”

-행정기관은 아예 한 곳도 내려 보내지 않는 것 아니냐.
“아예 안 보낼 수야 있겠나. 다만 행정의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나.”

“1~2개 기업, 이전 의향 나타내”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대학에 세종시로 가라고 압박을 가하는 측면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러면 ‘기업 프렌들리(friendly·친기업적)’ ‘시장 프렌들리’가 아니지 않느냐. 정부는 압박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그리 가게 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다국적기업도 접촉하고 있다. 현재 1∼2개 기업은 이전할 수도 있다는 의향을 나타내고 있다.”

-대통령이 대선 때 원안을 지키겠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했으므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선거 때 ‘더 나은 명품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지 ‘원안대로 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정부는 세종시 관련법 개정을 통해 원안을 수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친박계가 호응하지 않으면 법 개정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무궁무진한 변화가 생겨날 수 있는 영역이다. 국민에 대한 신뢰를 지키면서도 효율적인 변환을 가능하게 하는 길을 찾아보겠다.”

이 대통령 “의원에게 촌지 주는 시대 끝나”
-주 장관의 업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어떤 당부를 했나.
“예전의 정무장관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름도 정무장관이 아닌 특임장관 아니냐. 과거의 정무장관은 소위 통치자금을 정치권에 분배하는 역할도 했다. 여야 의원들에게 촌지도 주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걸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정치 환경이 그만큼 투명해졌고 달라졌다. 특임장관은 과거 정무장관처럼 정치권 등과 소통하는 일을 하되 업무의 절반 정도는 국정 과제와 관련된 법안의 입법 과정을 챙기고, 문제가 생기면 관계부처 장관 등과 상의해 풀어야 한다. 특임 사항은 그때 그때 주겠다. 우선은 헌법 개정과 행정구역 개편, 선거구제 개편에 대비하라. 종교계 전체와 관련된 심부름도 하라.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야당 의원들과도 종종 접촉을 할 텐데 그들은 무슨 얘기를 하나.
“세종시, 4대 강 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통령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주장도 경청한다. 그러나 국회에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할 수 없도록 야당이 방해하고, 회의조차 못 열게 하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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