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1Q84 vs 200Q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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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02면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0·사진)의 신작 소설 『1Q84』 바람이 거셉니다. 국내 출간사인 문학동네는 “한국어판(총 2권) 제작 부수가 출간 두 달 반 만에 56만 부를 넘었다”고 11일 밝혔죠. 8월 25일 출간된 1권은 YES24 집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1주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3권 집필에 들어갔다고 하죠. 이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내공이 절정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살인, 아동 성폭력, 불륜, 원나잇스탠드, 사이비 종교, 음모론 등 환상특급을 능가하는 각종 막장 설정을 씨줄로, 10세 때의 첫사랑을 아직 가슴에 품고 사는 30세 두 남녀의 지순함을 날줄로 아주 촘촘하게 엮어 가지요.

누군가 이 책 제목을 “아이 큐 84”로 읽어 망신당했다는 얘기가 회자됐지만 “1 큐 84”로 읽어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일본식으로 ‘이치(1) 큐(Q) 하치(8) 욘(4)’으로 읽어야 제 맛이죠. 큐라는 발음은 ‘9’를 뜻하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 동음이의어는 원래의 세계와 병행해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 즉 작가가 만들어 놓은 패럴렐 월드(Parallel World)를 그 자체로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1984년은 아시다시피 조지 오웰의 미래소설 『1984』의 배경이 되는 해죠. 그런데 무라카미는 여기에 우연의 일치라면서 일본에서 옴 진리교가 처음 도장을 연 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 “60년대 후반의 이상주의가 틀어지고 오일쇼크와 버블 붕괴 사이에 낀, 무엇을 정신적인 지주로 삼을까 알 수 없어진 시대”라고 덧붙였죠.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사회는 어떤 질서가 있는 곳일까요. 3권이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혹 우리 주변에도 우리가 모르는 ‘패럴렐 월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세종시로, 북핵으로, 이라크 문제로 서로 싸우지 않고 다들 화목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2009’년이 아닌 ‘200Q’년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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