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때 가출 '미아리 소녀' 김강자서장 만나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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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일 오후 5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미성년 윤락여성 보호시설인 '소녀들의 쉼터' .불쑥 찾아온 김강자(金康子) 서울종암서장을 宋아가다(50)수녀가 따뜻하게 맞이했다.

"애들은 잘 지내나요. " "그럼요, 너무 걱정 마세요. " 金서장은 지난달 29일 宋수녀에게 맡겼던 姜수정(15.가명).鄭은선(15.가명)양을 살펴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서장님, 고맙습니다. 올해는 비록 여기 머물지만 내년 설엔 떳떳한 모습으로 부모님께 세배 드릴게요 . "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두 어린 소녀를 金서장과 宋수녀는 살포시 감싸안았다.

중학교 단짝이던 두 소녀가 쉼터에 오기까지는 자신들의 잘못도 있지만 양심 없는 어른들의 탓이 더 컸다.

이들은 중2 때인 지난해 8월말 강원도 춘천에 놀러갔다가 '가족처럼 보살펴준다' 는 다방 광고를 보고 순진하게 찾아갔다가 졸지에 윤락녀의 길을 걷게 됐다.

다방 마담은 처음엔 차 배달만 시키다가 며칠 뒤 단란주점에 팔아 넘겼다. 그때부터 업주의 강압으로 아버지뻘 되는 남자들과 성 관계를 가져야 했다.

"처음엔 죽기살기로 반항했지만 역부족이었어요. 어느 누구 도와줄 사람이 없었어요. " 두 소녀는 쪽방에 하루종일 감금된 채 밤이면 술과 억지웃음을 팔아야 했다.

"나이를 물어온 손님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영계라고 더 좋아들 했어요. " '수정양은 당시를 회상하며 치를 떨었다.

지난해 12월초 감시 소홀을 틈타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결국 지난달 29일 무작정 상경, 거리를 떠돌다 찾아간 곳이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미아리 텍사스' 였다.

하지만 이들을 맞은 업주 金모(47)씨가 "애들이 너무 어리다" 며 즉시 종암경찰서에 신고했고 金서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아가다 수녀에게 보호를 의뢰했다.

"미용학원에 다니고, 화장기술도 배워 반드시 홀로 서겠어요. " 매서운 칼바람이 쉼터를 휘감아 도는 섣달 그믐에도 겨울 햇살은 두 소녀의 마음 속에 희망으로 부활하고 있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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