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아파트 구매 수요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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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전세란의 틈새를 비집고 요즘 일부 지역의 소형 아파트 매매시장이 반짝 경기를 타고 있다.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데다 값도 많이 오르자 이 참에 집을 사자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매매값 대비 전셋값이 70%선에 이르면 '사자' 수요가 늘어나는 게 관례라고 전한다.

특히 최근 들어 시중금리가 떨어져 은행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이자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도 이런 현상을 촉진하는 한 요인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 현대아파트 22평형은 매매가 9천5백만~1억원인데 비해 전세가는 6천5백만~7천만원으로 매매가의 70%선에 이르렀다.

해동부동산 안영복 사장은 "예비 신혼 부부들이 전셋집을 구하러 왔다가 아예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단지와 분당.일산 등 전세 선호 지역에서 매매 움직임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전셋값에다 1천만~2천만원만 보태면 투자가치가 높고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아파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입주한 서울 신정동 신트리지구 도시개발아파트 25평형의 경우 전셋값이 8천만원인데 비해 매매가는 1억1천만~1억2천만원.

목동 석사공인중개사사무소 전대일 과장은 "기금 융자 1천2백만원을 빼면 큰 부담없이 집을 살 수 있어 이달에만 10건이 성사됐다" 며 "이는 새 아파트의 투자가치를 높게 보고 있기 때문" 이라고 전했다.

일산 백마마을 쌍용아파트 22평형도 매매가 8천만~8천5백만에 전세가가 5천5백만~5천8백만원으로 70%에 근접하고 있다. 융자금 1천2백만원을 빼면 전셋값에 1천5백만원 정도만 보태면 집을 거뜬히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현재 소형 아파트 매매값이 낮게 형성돼 있어 앞으로 집값이 오르리라는 기대심리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만약 집을 사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연리 9.5~10%선이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택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 대출이 지난해 11월 1만3천3백92건(4천1백82억원)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한 12월에는 1만4천6백5건(4천8백38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매매수요 증가 추세는 아직까지 집값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부동산 중개업계의 말이다.

또 부산.대구광역시 등 대도시의 경우 전세 물량이 달리는데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별로 없다.

지방 아파트 매매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수요자들이 투자성을 낮게 보고 있는 탓이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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