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호황' 미국 경제 1등 공신은 그린스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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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987년8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직을 맡은 앨런 그린스펀은 두달여만에 '블랙 먼데이' 를 맞았다.

월가는 "이제 세계증시가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 이라는 비관론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재빨리 단기정책금리를 7.25%에서 6.75%로 내리자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씻고 다시 증시로 몰려들었다.

98년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사태가 발생하자 국제금융시장에는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났다. 불똥은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로 튈 조짐이었고,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는 거액의 손실을 떠안고 파산에 직면했다. 그러자 그린스펀은 3차례에 걸쳐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섰다. 결과는 역시 성공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1백7개월의 연속호황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미국 경제의 1등공신으로 그린스펀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시의적절한 금리정책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경제호황은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특히 90년대 중반 실업률이 6% 밑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그의 판단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기존 경제이론에 따르면 실업률이 6%밑으로 떨어지면 노동시장이 경직돼 인플레가 발생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그는 "첨단 정보기술 덕분에 미국의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실업률 6%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며 금리인상에 반대했고, 이는 장기호황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92년과 96년 대선때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를 '강력히 '요구한 부시, 클린턴 대통령과 맞서 "경기과열이 우려된다" 며 금리를 오히려 올리는 뚝심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린스펀의 진가는 이제부터" 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6월 이후 세차례에 걸쳐 금리를 0.75%나 인상했는데도 증시는 활황이고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일련의 조치에 시장이 꿈쩍도 않는 것이다.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올 상반기중 0.25%씩 연이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미 경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그가 어떤 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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