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협상 '외인부대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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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최근 변호사.교수 등 외부 전문가 12명을 1~3년의 계약직인 '통상 전문관' 으로 임명, 뉴라운드 협상 등 각종 국제통상협상에서 자문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벌어졌던 한.미간 D램.컬러TV 반덤핑분쟁에서 패널에게 제출할 '우리의 입장' 보고서 작성을 맡아 승소 판정을 이끌어냈으며 각국의 수입규제 움직임에 대한 적절한 사전 대응으로 외교가의 실력파 외인부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관들은 미국.영국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갖고 있거나(이용식), 무역협회 워싱턴사무소 연구실장(김병주).유엔 배상위원회 법률관 출신(유우종)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어 학.인맥을 활용한 협상력도 전문외교관에 못지 않다는 평이다.

재미교포로 미국 일리노이주 변호사 출신인 권미셸(여)씨는 뉴욕의 유명 법률 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통상전문관에 자원한 최연소 전문관. 지난해 시애틀 각료회의에 협상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그는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성극제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부교수는 1일부터 교단을 잠시 떠나 뉴 라운드 서비스협상을 맡아 통상교섭본부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는 "대학을 휴직하고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월급이 3분의1이나 줄어들지만 평소 관심있었던 분야를 현장에서 직접 맡게 돼 선뜻 응했다" 고 말했다.

통상전문관 출신인 김현종 전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는 통상전문관을 1년간 지낸 뒤 WTO본부 간부'(법률분쟁 카운셀러)'로 특채되기도 하는 등 전문성을 대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통상전문관들은 경력에 따라 가(국장급).나(과장급).다급 등으로 나뉘어 계약제로 채용이 이뤄지지만 직책과 급여보다는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사명감이 앞선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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