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부대 총기난사범 누가 쏘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누가 하산을 쏘았는가’.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 기지 총기 난사 사건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여경찰의 무용담(본지 11월 9일자 2면)이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포트 후드 경찰서 소속인 킴벌리 먼리 경사는 지난 5일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과 총격전 끝에 그를 붙잡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여성이 살인범과 격돌해 총기 난사를 중단시켰다는 발표가 나오자 언론은 먼리 경사를 정의의 화신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산 소령에게 총을 쏴 제압한 주인공은 함께 출동한 동료 마크 토드 경사였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1일 보도하자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먼리 경사가 건물 코너를 돌자 그녀를 발견한 하산 소령이 먼저 몇 발을 쐈다는 것. 그는 이 총알에 맞고 쓰러졌으며 다리와 손목을 다쳐 저항 불능 상태였다는 게 목격자의 회상이다.

토드 경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하산 소령에게 총을 쐈고 수갑을 채웠다고 말했었다. 국방부의 대민업무 담당인 리 패크넷 중령은 첫 발표 이후 누가 하산 소령을 쏘았는지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왜 하산 소령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느냐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군 당국이 화제성 있는 여성을 앞세워 영웅 만들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군 당국은 2003년 이라크군의 포로가 된 제시카 린치(여) 일병이 끝까지 저항하다 포로가 됐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어 붙잡힌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