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정상들의 밀레니엄 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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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새 천년을 맞아 미.일의 지도자들이 나란히 의회연설을 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백28차례나 여야의원들의 박수를 받았으나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연설문을 읽어야 했다.

두 지도자의 21세기 비전을 정리했다.

◇ 교육이 '강한 미국' 엔진 - 클린턴 연두교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7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 하원 본회의장에서 행한 연두교서를 통해 '새롭고 강력한 미국의 건설' 을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21세기를 향한 미국의 희망과 자신감을 강력히 표시한 뒤 "기회와 책임감.공동체 의식을 북돋우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것" 이며 "이것이야말로 21세기에 미국의 새로운 (독립)혁명이 될 것" 이라고 선언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낙관론은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에 힘입은 것이다.

그는 미래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에 가장 큰 무게를 두었다.

클린턴은 21세기 새로운 국가건설의 관건이 교육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 뒤 교육기회 확대와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교육여건의 확충에 진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어린이 조기교육 프로그램을 10억달러 규모로 확대하고, 이와 별도로 조기교육 시설의 확충에 6억달러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또 교사의 질 향상과 대우 개선을 위해 10억달러를 새로 배정하는 한편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 향후 2년간 10만명의 교사를 채용한다고 선언'로 했다.

그는 특히 '정보화 지식사회에 대비해 '모든 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할 것'이며 이를 위한 예산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을 약속했다.

장기적 경제호황의 과실을 나누기 위한 방안으로 중산층에 대한 세금감면과 의료보장의 확대가 제시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앞으로 10년간 2천5백억달러의 세금감면 계획을 3천5백억달러로 확대해 중산층의 세금부담을 대폭 줄일 것을 제안했다.

또 1천1백억달러를 들여 현재 의료보험에 들지 못한 5백만명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염가에 제공하는 의료보험 제도의 창설을 제안하고, 여전히 의료보험을 갖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해선 보건소를 통해 값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 과학·교육에 집중투자 - 오부치 시정연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 총리는 시정연설의 초점을 21세기 일본의 비전에 맞추었다.

새 천년 첫 연설이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총리 자문기관인 '21세기 일본의 구상' 이 지난 18일 낸 보고서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부치는 장기 불황에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로 연설의 운을 뗐다.

"하면 된다는 낙관주의가 중요하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21세기는 없다. " 그러면서 그는 두 개의 기치를 내걸었다. '교육입국' 과 '과학기술 창조 입국' 이 그것이다.

이 분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교육 입국과 관련해 "21세기엔 국민 모두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인터텟을 통해 국제사회 안에 자유자재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주무부서인 문부성은 이미 청소년 영어 교육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 영어 교육 붐은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과학기술 창조 입국과 관련해선 "일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며 "유전자 치료를 통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가겠다" '고 했다.

오부치는 또 '5개의 도전' 도 제시했다.

지난해 시정 연설에서 밝힌 '5개의 가교' 를 발전시킨 것으로 '창조.안심.신생.평화.지구로의 도전' 을 들었다.

창조로의 도전은 창조성을 살리는 교육이 요체다.

그는 "조만간 각계 인사로 구성된 '교육개혁 국민회의' 를 발족시키겠다" 고 밝혔다.

안심.신생으로의 도전에서는 사회보장제도 개혁과 경제회복을 약속했다.

올해 성장률로 1%의 전망치를 내놓고,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구조 개혁을 미룰 수밖에 없는데 대해 이해를 구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국민의 감정이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며 "양국민 교류를 한층 확대하겠다" 고 말했다.

북한.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도 눈길이 간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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