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본 한국] 맹목적인 국산품 애용론 씁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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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네 슈퍼로 장 보러 나가면 '이것은 1백% 국산 콩으로 만든 우리나라 두부입니다' 라는 판매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날을 눈앞에 두고 각종 해산물이나 농축산물에 대해 국산과 수입품을 잘 식별해 국산품을 구입하자는 행사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나는 씁쓸한 마음이 된다.

한국 소비자들은 값싼 중국산 농수산물을 농약이나 방부제가 많이 쓰였다는 이유로 외면한다.

그러나 중국을 왕래하는 한국인 보따리장수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유통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방부제를 뿌리지 않으면 썩어버린다고 한다.

중국산 농수산물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첨가한 자는 바로 한국 유통업자란 사실을 알았다.

한국 매스컴은 때로 신경질적으로 국산품 애용을 국민에게 호소한다.

그런데 '메이드 인 코리아' 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찬성만 하고, 한국제품이 그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러다가 만약 어느 나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불매운동이라도 일어나면 한국인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말이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애국심은 쉽게 '우리만 잘 살면 된다' 는 식의 배타성에 연결되고, 그 논리는 결코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국산품 애용론에 편승해 값싼 수입품을 비싼 국산품으로 속아 구매하는 어리석은 일이 없도록 현명한 소비자가 되었으면 한다.

도다 이코쿠 < '일본여자가 쓴 한국여자 비판' 대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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