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천안 = 비싼 도시’ 오명 벗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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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의 반값세일 행사에 동참한 두정동 듀팡 과자점 서용필 대표가 할인품목인 식빵을 들고 서 있다. [사진=조영회 기자]

‘수도권 보다 물가 비싼 도시’ ‘음식값이 턱없이 비싼 도시’.

천안을 두고 외지인들이 하는 말이다. 특히 천안은 비싼 음식값 때문에 출장을 온 직장인들이나 각종 대회·세미나 참석을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시민들은 “천안은 정말 물가가 비싸”라는 외지인들 얘기를 들을 때마다 괜시리 미안한 생각까지 들어야만 했다.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자 천안시청과 상인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경기불황으로 주머니사정이 어려워지자 시민들의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드디어 상인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식당·미용실·화원·청과물상회 등을 중심으로 ‘반값 세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39개 업소, 반값 할인 동참
천안시는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상인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냈다. ‘반값으로 할인 판매할 업소들 모이세요.’ 그 결과 39개 업소가 자발적인 참여를 신청했다. 매일, 주 1회, 월 1~3회 등 참여 횟수는 동일하지 않았다. 시는 “시작이 반”이라는 기대감으로 ‘일단계 성공’으로 평가한다. 신청업소의 면면은 다양했다. 이·미용, 일반음식, 식품판매 업소 등. 이들은 매월 또는 매주 하루를 정하거나 매일 시간대를 정해 50% 이상 할인 판매를 하게 된다.

시는 참여 업소에 대해 안내 표지판 설치와 함께 시 홈페이지 물가정보란에 공지, 시민들에게 알리고 가격경쟁을 통해 물가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반값세일 행사의 날을 열어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조성하고 소비자 단체 등이 공동 참여하도록 해 이용활성화를 도울 계획이다.

‘홍성축산물백화점’(천안 사직동) 정우석(40) 대표는 “1년 전부터 가격을 내려 팔고 있다. 이번엔 좋은 운동이라서 선뜻 동참하게 됐다”며 “현재도 쇠고기, 돼지고기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방문하면 친절하게 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소는 이달 한달간 생돼지고기(국산) 600g을 1000원에 판매 중이다.

‘듀팡과자점’(천안 두정동) 서용필(49) 대표는 “대한제과협회 천안시지부장을 맡고 있는데 매월 사회복지단체 등에 빵을 전달하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운 때 소비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돌려주고 어려움을 같이 하자는 뜻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6월에도 요금인하 러시
천안시는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지난 6월 자율적인 가격인하 운동을 벌여 160여 개 업소가 10~50%의 음식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을 낮추도록 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업소들이 자발적으로 요금을 내리면서 물가안정에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가격인하 운동으로 천안지역 보신탕 업소들은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지역 내 115개 업소 가운데 1인분에 1만원을 초과해 받는 14곳이 1인분에 2000∼3000원씩을 인하했다. 서북구 쌍용동 한마음 상가거리 38개 업소와 주공5단지아파트 시범거리 54개 업소도 기존의 판매가와 서비스요금에서 10∼20%까지 할인했다.

시는 또 대형업소를 상대로 가격인하 설득에 나서 54개 업체가 10∼50%의 가격을 낮췄으며 분식집과 중국음식점, 이·미용 업소 등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 때문에 1년 새 50%나 올랐던 즉석김밥 가격이 1500원에서 1000원으로 인하됐고 한식류도 1인분에 1000원 가량 낮아졌다. 일부 레스토랑의 경우 가격을 50%까지 인하하기도 했다.

천안시 지역경제과 김광중 담당은 “업소들이 자율적인 가격인하에 참여하면서 입 소문을 통해 오히려 손님이 늘어난 곳도 있다”며 “참여업소에는 물가안정모범업소 표찰을 제공하는 등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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