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뷰] 시가총액 견줘 보면적정 주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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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주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때 경쟁 기업의 시가총액과 비교해 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은 상장주식수에 주가를 곱한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되는 해당 기업의 총가치다.

시장점유율 등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처지는 데도 시가총액이 타기업보다 월등히 많다면 일단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정보가 부족한 공모주 청약 때는 시가총액 비교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 대한항공 대 아시아나항공〓24일 대한항공의 종가는 8천6백원, 아시아나는 3천4백20원이었다. 얼핏 보기엔 액면가에도 못미치는 아시아나항공이 꽤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시가총액으로 보면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에 근소하게 앞서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24일 아시아나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졌지만 시가총액에선 대한항공보다 50%이상 많았다.

한 대형 증권사의 항공산업 분석자는 "대한항공에 추락 사고같은 악재만 없었다면 아시아나의 시가총액은 대한항공의 60~70%선이면 적정하다" 며 "아시아나의 공모가는 상당히 높게 책정된 것" 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조사부의 손제성 대리도 "아시아나의 경우 매출액에 비해 발행 주식수가 너무 많다" 면서 "4천원 정도가 적정가격으로 판단되나 최근의 유가 상승이 부담 요인" 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SK텔레콤 대 한통프리텔〓지난해말 한통프리텔의 시가총액이 SK텔레콤을 제쳤을 때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의 시장점유율 등을 따져볼 때 2위 업체(이동전화 가입자수 4백20만명)인 한통프리텔이 1위(가입자 1천만명)인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것은 비정상적" 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통프리텔의 시가총액은 가입자수 비율과 비슷한 수준인 SK텔레콤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 태평양 대 코리아나〓최근 코리아나화장품의 주가가 떨어진 데는 업계 1위인 태평양의 주가 약세도 주원인이라는 것이 증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태평양의 주가에 비해 코리아나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 매매 첫날 시가총액면에서는 코리아나가 태평양보다 26% 정도 더 높았지만 최근에는 태평양의 시가총액이 다시 커졌다. LG투자증권 기업분석팀 송계선 선임연구원은 "코리아나의 재무구조는 매우 우량하고 실적으로 본 가치는 주당 8천5백~1만원선은 된다" 면서도 "주가가 더 오르려면 업계 1위인 태평양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좀 더 좋아져야 한다" 고 말했다.

◇ 유의점〓그렇다고 시가총액 비교가 만능은 아니다. 시장지배력이 크지 않아도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시가총액이 월등히 커질 수 있다. 또 업종이 다른 기업들간에는 이런 비교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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