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세 번째 서해 도발 … 북 의도 무력화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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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북한이 10일 서해상에서 또 도발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경비정이 우리의 거듭된 퇴각 요구와 경고사격에 불응하고 우리 함정을 공격한 것이다. 교전 결과 우리 측은 피해가 거의 없으나 북한 경비정은 타격을 받고 퇴각했다. 우리 해군이 대응을 잘했다. 2002년 ‘제2 연평해전’ 뒤 수정된 교전수칙에 따라 ‘밀어내기(차단기동)’ 단계 없이 바로 경고사격함으로써 아군의 인명 피해 없이 교전 상황을 종결했다.

북한의 서해 도발은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도발 의도는 명백하다. 미국과 곧 대화가 재개될 상황이 되자 대남 강경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미국과의 접촉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또 최근 대북 지원이나 협상에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는 현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한편 우리 사회에 대북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키려 하는 것도 분명하다.

북한의 ‘대남 도발 전술’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북한은 대남 관계를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급변시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 저지른 사건들만 해도 금강산 관광객 사살사건, 개성공단 근로자 억류사건, 개성공단 통행 제한 및 토지사용료 요구 등 기존 합의를 묵살하고 도발한 사건들이 즐비하다. 북한에 대해 가장 유화적이었던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서해상에서 두 차례나 도발한 북한이다. 이번 도발도 최근 북한 스스로 대남 평화공세를 펴던 중에 벌였다. 결국 북한이 되풀이 강조하는 ‘우리 민족끼리’ 구호가 남북 간 평화공존을 바라는 진정성은 눈곱만큼도 담기지 않은 선전 문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재삼 확인된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휘말려선 안 된다. 북한이 원하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도록 기민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우리에게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특히 개성공단 등의 우리 근로자를 상대로 한 도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또 6자회담 참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북한의 의도를 설명하고 현혹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도 중요하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정책적 고려 또한 생략해선 안 된다. 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와 수단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북 정책 자체가 이념에 치우치거나 특정 방향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다시 한번 인내심을 다질 필요도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앞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도발에는 단호하고 기민하며 원칙을 유지하는 대처가 필요한 동시에 정부의 상황 장악 능력도 최대한 발휘돼야 한다. 북한은 언제든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겠지만 침착한 대응으로 우리의 대북정책 목표를 관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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