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행위 조사 기구 학술원 산하에 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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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7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법을 대폭 개정하기 위해 공세를 펴는 열린우리당에 맞서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안은 친일행위에 대한 조사 범위를 확대하되 그 대상을 증거에 입각해 정한다는 게 골자다. 여당안처럼 일제시대의 신분이나 계급을 기준으로 해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기록이나 증언에 기초해 조사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안은 또 조사의 주체로 학술원 산하에 현대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전문가에게 조사를 맡기자는 것으로, 대통령 직속기구를 신설해 조사권을 주자는 여당안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은 조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그 내용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했다.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친일행위와 관련해 허위신고를 할 경우 처벌조항도 뒀다. 악의적인 음해가 난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열린우리당 개정안엔 신고 내용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 한나라당은 친북.용공 행위자 등의 경우 친일행위와는 무관하므로 일단 이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이 같은 법안을 만든 것은 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은 당초 여당의 법안이 국회 행자위에 상정되는 것을 저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대안을 내놓지 않고 계속 반대하는 것처럼 인식될 경우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여당이 힘으로 자기의 법안을 밀어붙이려는 것에 대한 대항조치"라고 밝혔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시행도 하지 않은 친일진상규명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정략"이라며 "우리도 대안을 내놓고 국민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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