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아시아] 후진타오 시대 열어주나 '재추대' 위한 전략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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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와 장쩌민(江澤民)중앙군사위 주석 간의 힘 겨루기가 중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후 총서기에 가까운 원자바오(溫家寶)총리와 장 주석의 오른팔인 쩡칭훙(曾慶紅)국가부주석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던 권력 투쟁이 장 주석이 직접 자신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새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7일 장 주석이 지난주 당의 일부 관료에게 군사위 주석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장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특히 이달 하순 중국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 제4차 전체회의(4中全會)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장 주석이 진정으로 은퇴해 완전한 후 총서기의 시대를 여느냐, 아니면 당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권력투쟁 양상들=공산당 지도부 내 불협화음이 크게 불거진 것은 지난 4월이다. 상하이(上海) 당서기 천량위(陳良宇)가 정치국 회의 석상에서 원자바오 총리의 경기 과열 진정 대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금의 긴축 정책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長江) 삼각주 경제와 중국 경제 전체를 죽일 수 있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원 총리와 후 총서기는 "긴축 정책은 당의 집단적인 결정"이라며 맞섰다. 7~8월에 걸쳐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당초 후 총서기와 원 총리는 '서민들 곁으로'를 표방하며 휴양을 겸해 열리는 당.정.군 지도자 모임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지난해 없애 버렸다. 그러나 장 주석 계파의 반발로 올해는 마지못해 이 회의를 재개했다. 문제는 여기서 당 서열 5위 쩡 부주석이 장 주석 파벌의 중앙과 지방 간부들을 소집해 따로 회의를 연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금기시하는 파벌 모임을 강행하며 후 주석과 원 총리에게 정면으로 대항하는 성격을 띠어 파문을 일으켰다.

◆수세의 장쩌민=국방부장 차오강촨(曹剛川)은 7월 31일 건군절(建軍節) 기념식사에서 "후진타오 총서기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건군절 행사에서 "장쩌민 주석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던 발언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직접적인 계보에 속하는 차오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 권력층 움직임을 알려주는 풍향계"라 말하고 있다. 군 수뇌부도 장 주석 중심에서 후진타오 쪽으로 돌아섰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을 뒤흔들었던 상하이 부동산 대부호 저우정이(周正毅)사건에도 장쩌민 계통에 속하는 상하이방(上海幇)의 상당수 고위층 인사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로써 상하이방이 중국 권력층 내부와 해외의 중국권 유력 인사들에게서 상당한 반감을 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의 보도와 같이 장쩌민이 진짜 사임을 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당과 군사 부분에서 아직 상당한 저변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임 표명'에 이어 '재추대' 형식을 밟는 방법으로 수세를 비켜가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 이래서 나온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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