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 신임 부원장 남수우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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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자체 연구개발 수입을 늘려 자생력이 있는 대학이 되는 게 급선무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 학교의 국제화는 필수 조건이겠지요. "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부원장에 취임한 남수우교수(재료공학과.60)는 "지금까지 특혜를 받은 만큼 이제는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 라고 말했다.

올해는 과기원이 탄생 30주년을 맞는 해. 남부원장은 "학교가 청년기를 벗어나고 있다" 며 "좋은 논문을 써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시기" 라고 밝혔다.

과기원은 이런 분위기에 따라 장기적인 산업화는 물론 벤처 등 단기에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이 학교는 특히 연구 수준의 국제화를 위해 올부터 외국인 교수 채용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과기원은 지난해 국내 대학에선 처음으로 영국인 물리학자를 전임교수로 영입한 바 있다. 올들어 학교 경영진은 미국 MIT와 존스홉킨스 등 명문대와도 접촉을 벌이는 중이다.

"웬만한 국립대학보다 교수 급여가 적습니다. 이런 점이 유명 학자 유치에 걸림돌이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교수는 절대 받지 않을 작정입니다. "

이 학교는 최근 전산학과 교수를 모집하다가 응모자의 질이 떨어지자 아예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교수 자질을 평가, 2년 연속으로 젊은 교수를 퇴출시키는 등 자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유명하다.

"과학고가 좀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과학고는 우수한 과학두뇌의 공급원인데 입시학원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남부원장은 최근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어지러워진 학교 분위기를 추스리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1987~1994년 교무처장.학생처장 등의 보직을 연임하면서 매끄러운 일솜씨를 보여 원내 상하로부터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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