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자연스런 연기로 웃길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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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류(韓流)? 다 빛 좋은 개살구에요."

데뷔 10년- 서른셋의 안재욱(사진)은 거침없었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새삼 들썩거리는 분위기가 이 '원조 한류 스타'는 불만스러운 모양이다.

"중국 가니 알아보고 일본 가니 알아보더라, 하는 수준을 벗어나야죠. 잠깐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가수 보아 같은 진짜 문화 상품이 돼야 하는데…."

그는 합작 드라마 등에서 한류를 의식해 현지 시청자의 취향을 억지로 반영하다 보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이 비슷하면 자기네 드라마를 보지 굳이 우리나라 걸 왜 보겠어요? 우리 시청자에게 인정받는 작품이라야 외국에서도 평가를 받는 겁니다."

그가 지금 촬영 중인 KBS2-TV 월화 미니시리즈 '오! 필승 봉순영'(13일 첫 방영)이 그런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백수 건달에서 하루아침에 대형 마트 업체의 후계자가 되는 '오필승'역을 맡았다. 황신혜와 함께 코믹 연기로 인기를 모았던 전작 (前作) '천생연분'(MBC)보다도 "훨씬 코믹하다"고 단언한다.

"빠르고 경쾌한 드라마에요. 등장인물은 정말 절실하게 얘기하는데도 보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웃기는 상황인 거죠. 특별히 재미있는 대사나 과장된 표정.동작 같은 건 안 했어요."

하지만 대사의 연장 차원이었다고 키득거리며 얘기하는 품이 애드립(즉흥연기)을 적잖게 풀어놓은 듯 하다.

천연덕스럽던 그도 일요 아침드라마 '짝'(MBC)에서 사촌동생이었던 채림이 연인(봉순영 역)으로 변신한 것은 낯설어 했다.

"옛날 생각하면 연기 못 하죠. 교복 입고 녹화하러 오던 애가… 정말 성숙해 졌더라고요. 하긴 최수종 형 상대역도 했으니까."

연출을 맡은 지영수 PD는 '화면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배우'인 안재욱을 위해 1, 2회 모두 카메라를 고정하지 않고 손으로 '들고 찍기'를 했다고 말했다.

보잘것없는 건달 오필승의 코믹한 웃음 속에 숨은 안재욱의 깊은 눈빛이 흔들리는 화면 사이로 언뜻언뜻 비칠 것이다.

수원=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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