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조금, "권력층 당근" 논란속 경실련 "안 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4일 "더 이상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 고 선언함에 따라 시민단체들이 받고 있는 정부 지원금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실련 이석연(李石淵.변호사)사무총장은 "경실련이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의혹을 받는 정부지원금은 한푼도 받지 않겠다" 고 선언했다.

경실련의 이러한 방침 공표는 '공천 부적격자 명단' 을 발표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 등 야당이 "경실련은 지난해 1년 동안 행정자치부로부터만 1억3천만원을 받았다" 는 '정부와 유착' 의혹 제기에 이어 나왔다.

李사무총장은 "행자부가 지난해 입찰방식으로 사업별로 지원금을 준 것은 공정한 절차에 따른 것" 이라며 "외국에선 시민단체에 국고보조금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 사회는 정치문화가 성숙하지 못해 오해를 받고 있다" 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공방을 계기로 민간단체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지원 현황〓행자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사업공모 방식을 통해 지난해 1백50억원을 민간단체에 지원했다.

75억원은 4백여개 민간단체로부터 국민통합 등 7대 분야별로 사업공모를 받아 심사를 거쳐 이 가운데 1백23개 단체(1백40개 사업)에 줬다.

나머지 75억원은 16개 시.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지방 민간단체에 지원했다.

사업 분야별로는 ▶국민통합 21억7천만원(29건)▶민간단체 및 자원봉사 활성화 8억6천만원(19건)▶신지식인운동 2억9천만원(7건)▶시민참여 확대 17억원(33건)▶부정부패 추방 4억4천만원(8건)▶경제살리기 5억1천만원(7건)▶문화시민운동 7억9천만원(17건)▶자유공모 7억4천만원(20건) 등으로 지원했다.

행자부는 "지난해 12월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이 제정됨에 따라 이 법에 근거해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1백5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고 밝혔다.

◇ 논란〓참여연대 김민영(金旻盈)시민사업국장은 "시민운동의 '순수성' 을 잃지 않고 대(對)정부 비판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시민단체는 회원을 늘리고 회원들의 회비 납부율을 증가시켜 재정적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 말했다.

서울대 조흥식(曺興植.사회복지학)교수는 "시민운동의 역사가 짧고 시민단체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이라며 "그러나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시민들이 낸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관료사회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은 자칫 권력층의 '당근' 으로 사용될 소지가 없지 않다" 고 우려했다.

이무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