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화산 보존은 뒷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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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해변에는 송악산이라는 낮으막한 기생화산이 있다.

넓은 초원이 자리하고 바다쪽으로는 기암괴석이 즐비한 작은 산이다.

송악산 일대는 94년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관광지구로 지정되면서 산의 대부분은 '절대보전지구' 로 정해졌다.

지질학자들에 의해 세계적으로 희귀한 '분화구 속 분화구' 가 있는 화산으로 확인된 터다. 또 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하는 '한반도 최근세 화산' 이기도하다.

그러나 지난해말 제주도가 내준 분화구내 종합리조트타운 개발 허가에 따라 송악산의 운명은 이제 개발사업자의 손으로 넘어갔다.

백두산 천지 분화구안에 물놀이시설.쇼핑센터 건립 등을 하겠다는 얘기를 하면 모두가 아연실색할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는 결론이 났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8월 영향평가 초안'이 제주도청내 각 부서별로 회람됐고 부서별 검토의견이 따라왔다.

"이중 분화구 지대의 보존방안이 서야 하며 지질분야 전문가의 견해가 뒷받침되어야 함" 그런 의견은 '교묘히' 묵살된 듯하다. 지질조사 보고서에 '감수위원' 이라는 직책이 등장, 마치 지질전문가의 견해가 반영된 것처럼 최종보고서가 만들어졌'고 이중분화구 중 중심부 분화구만의 보호가 강조됐다.

개발사업자의 고교동창인 감수위원 조차 '개발은 안된다' 고 펄쩍 뛰는 곳인데도 그랬다.

"사업승인후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에 상당히 기여할 것" 이라는 제주도의 전망도 뒤따랐다. 일부 주민들도 그런 '장밋빛 환상' 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솔직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답답하다. " (제주도 환경관련부서 공무원)

"아무리 무식이 횡행하는 세상이라지만 이럴 수는 없다. " (60대 지질학자)

차라리 분화구 등을 보전하고 생태관광지로 개발하는 안이라면 달리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환경보전은 뒷전인 '개발의 논리' 가 새천년에도 우리 땅을 지배할 것인가.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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