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21세기형 '드림카' 한국인이 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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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로스앤젤레스〓신중돈 특파원]지난 8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LA 오토쇼' 는 동부의 '디트로이트 오토쇼' 와 함께 미국 내 양대 차량 전시회다.

열흘간 계속되는 올해 전시회의 주제는 '캘리포니아 드리밍 2000' .

이 컨벤션센터의 한 가운데에는 일본 혼다사가 심혈을 기울여 출품한 날렵한 빨간색 자동차가 전시돼 관람객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짐싣는 공간(포켓)을 극대화하고 스포츠 레저기능을 접목시킨, 21세기형 드림카로 일컬어지는 '스포켓' . 1.3ℓ의 소형 엔진에 전기모터와 내부 연소 엔진 혼합방식(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차세대형 승용차다.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은 '스포켓' 의 디자이너는 재미교포 버나드 리(24). 그는 혼다사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내로라하는 수백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LA 오토쇼의 대표차를 디자인하는 영예를 따냈다.

관람객들은 혼다의 미래형 차를 디자인한 그가 일본인이 아닌 한국사람이란 사실에 또한번 놀란다.

어릴적 부모를 따라 이민온 교포 2세인 버나드 리는 자동차 디자이너 배출 사관학교란 별명을 갖고 있는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일명 패서디나 대학)'을 졸업했다.

줄리아드 음대가 음악가들의 성지이듯 이 학교 졸업생 1천여명은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한국말도 능숙한 그는 "어디에 있든지 한국인이란 긍지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며 "한국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간직한 자동차 디자인의 개발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그는 "한민족 고유의 색상인 색동색이나 백색을 바탕으로 한 자동차라든가, 태극마크를 활용하는 등 한국 고유?색깔과 개념을 강조할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동차 메이커들이 갖고 있던 기존의 명성이나 시장에서의 랭킹, 좋은 고용 조건 등이 더 이상 미래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며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것은 좀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회사가 배려해 주는 것이다.

포드나 GM보다 크라이슬러에 우수한 디자이너들이 더 많은 것이 이런 이유 때문" 이라고 말했다.

버나드 리는 "LA 오토쇼에 혼다의 대표 자동차를 디자인해 출품하기는 했지만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멀다" 며 "기회가 닿으면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과도 일해보고 싶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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