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미디어 혁명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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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터넷 혁명의 물결이 마침내 미디어산업에 지각변동을 몰아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그룹 타임 워너와 역시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공급업체 아메리카 온 라인(AOL)간의 메가합병은 우선 그 규모부터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3천5백억달러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합병자산도 자산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합병의 형태와 내용이다. 각기 자기 분야에서 세계1위끼리 합치는 것은 유례가 없다.

생겨난 지 15년밖에 안되는 인너텟서비스업체가 20세기의 대표적 미디어공룡을 55대45의 비율로 인수한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양측 대표는 "이 합병이 다음 인터넷 혁명을 발진시킬 것" 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의 결혼은 서로간에 필요의 산물이다. 타임 워너를 비롯한 미디어업체들은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화(化)로의 변신을 서둘러왔고, AOL을 비롯한 인터넷업체들은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뉴스와 연예.오락 등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목말라왔다.

타임 워너의 뉴스.연예.스포츠.오락.영상.출판분야의 콘텐츠들이 AOL의 방대한 인터넷 네트워크를 탐으로써 인터넷 뉴미디어의 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림을 의미한다.

시청자들이 TV 앞에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가며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듯 인터넷을 통해 마우스 클릭으로 보고 싶은 뉴스와 오락.스포츠.영화 등에 자유자재로 접근이 가능하다.

국경과 시차가 있을 수 없고, 그것도 수요자들이 주문에 따라 원하는 것만 골라 볼 수 있는 세상이 된다.

물론 둘간의 합병은 양쪽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모든 절차를 밟는 데는 연말까지 근 1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합병선언을 계기로 인터넷과 미디어 두 산업간에 살아남기 위한 인수.합병 및 제휴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화서비스나 미디어.오락.영화.뉴스.통신사 등간의 종래 업무영역 또한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니 충격은 더한다.

"뉴미디어산업에 더 이상 기득권이나 성역(聖域)은 없다. 모든 회사들에 기회는 공평하다" 는 말이 '인터넷 황야' 를 더욱 실감케 한다.

합병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미디어 관련 주식들이 폭등세를 보인 것도 유사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화서비스와 연예.오락, 거기다 뉴스와 각종 정보까지 단 하나의 수단 즉 인터넷에 의존하는 '인터넷 본위' 시대가 본격화하면 모든 것이 '원자(原子)단위' 에서부터 다시 쓰인다고 한다.

뉴미디어 혁명은 곧 미디어와 인터넷의 융합이며 이를 통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개발.제공하지 못하면 미디어업체로 살아남지 못한다.

타임 워너와 AOL의 메가합병은 두 산업에 대한 시의적절한 경고며, 현재의 미디어산업 근저에 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만반의 대비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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