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10대팬 열광시킨 50대 산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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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최근 발표된 제42회 그래미상 후보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카를로스 산타나였다. 70년대를 풍미해 중년 음악팬들에게 이름이 더 익숙한 그가 '올해의 음반' 을 비롯, 모두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이다.

산타나, 올해 그의 나이는 52세다. 음악계에서 '살아 있음' 을 확인하기 버겁고, 전성기를 누리기는 더더욱 어려운 나이다.

음반 시장이 젊은이들 위주인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 백스트리트 보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지난해 음반이 가장 많이 팔린 뮤지션의 팬들의 연령은 대부분 10대이고 높아야 20대다.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이들의 '큰아버지뻘' 되는 산타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니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6월 발매된 그의 새앨범 '슈퍼내추럴' 은 지금까지 4백60만장이나 팔렸다. 70년 발매된 그의 앨범 '아브락사스' 가 4백만장을 넘기는데 무려 16년이 걸렸는데. '큰아버지' 산타나가 젊은 팬들과 교감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젊은 뮤지션들과 손잡은 데 있다.

30년 관록에 빛나는 그의 연주는 힙합 가수 로린 힐, 신세대 록 밴드 롭 토마스 등 후배들의 젊은 감각까지 소화시켜 더욱 원숙하고도 신선한 음악으로 다가왔다.

그는 역시 베테랑답다. "쟁쟁한 뮤지션들과 일한 게 내겐 더욱 영광이었다" 고 소감을 밝힌 그는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에는 세대차가 없는 법" 이라고 말했다. 그래미상은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얘기다. 그런데도 오십줄 산타나의 컴백 소식은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우리 음악계에 이런 '이변' 이 일어날 날은 과연 언제일까.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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