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카드 싸움에 등터지는 고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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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일요일인데다 7일부터 시작된 세일로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이날 가장 붐빈 곳은 의류 매장도, 행사장도 아닌 11층 백화점카드 발급창구. 1백여명이 몰린 오후 2시쯤 대기표는 8백50번을 넘어섰는데, 처리 안내판은 8백5번을 가리켰다. 접수 대기자만 45명임을 보여주었다.

"신청하는데 이미 40분 걸렸는데, 카드를 손에 쥐려면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대요. 비씨카드를 써왔고 백화점에 자주 안와 백화점카드는 별로 필요없는데…. " 회사원 李모(25.서울 회기동)양은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왔다가 '비씨카드는 결제가 안되니 백화점카드를 발급받으라' 는 점원의 말에 기다리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백화점과 비씨카드의 싸움은 이용금액의 3%인 수수료를 2%로 낮춰 달라며 지난 4일부터 시작됐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빅3' 가 차례로 비씨카드 취급을 거부하면서 이 카드만 갖고 있는 고객들은 요즘 찬밥 신세다. 취급 거부가 외식업체.할인점.주유소로까지 번지면서 불편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백화점에선 '고객이 원하면 비씨카드로도 결제해준다' 고 대외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매장 점원들은 '절대 안된다' 고 잡아뗐다.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행위다. 그럼에도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매출액 중 인건비 비중이 7.8%인데 카드수수료 3%는 너무 지나치기 때문" 이라고 모 백화점 기획팀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수수료가 내려가면 고객에게 어떤 혜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장은 없다" 고 털어놓았다.

비씨카드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고객들은 불편을 하소연하는데 백화점에만 책임을 떠넘기면서 '법적 대응' 만 벼르고 있다. 비씨카드는 백화점의 수수료가 왜 할인점(1.5%)의 2배인지를 납득시키든지, 아니면 수수료를 낮추고 손실분을 경영개선으로 보충하든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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