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의 1인극 '그 여자' 마치고 사회자·연기자·관객 열띤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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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학생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MBC 여성 앵커 박영선씨가 젊은 여대생을 지목한다. "말도 안되요. 당장 끝내야죠. " 그러자 박씨가 "저기 끝에 앉은 신 분은요" 하며 30대 주부를 가리킨다. "생각할 여지도 없어요. 내 길을 가야죠. " 질문의 화살은 남성에게도 향한다. "미혼이라 잘 모르겠어요" "남자가 너무 뻔뻔해요" 등 대답도 각양각색이다.

막이 내리면 무대도 객석도 텅 비게 되는 극장. 그러나 매주 수요일 신촌의 산울림 극장은 연극 뒤의 열기가 더 뜨겁다. 손숙의 1인극 '그 여자' 가 오후 3시 공연을 마치고 '관객과의 대화' 를 여는 것. 연극과 일상의 '다리 놓기' 다. 특히 TV 토크쇼 같은 형식이 화제다.

지난 5일엔 박영선씨가 사회를 맡았다. 주부.학생 등 50여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스님과 수녀님도 보인다. 평온하게 살아오던 중년여성이 남편에게 여자가 생기자 오랜 고민 끝에 홀로서기를 결심한다는 내용을 놓고 사회자-연기자-관객의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경험도 술술 풀어놓아 대화에 활기가 돈다. 매주 진행자를 교체하는 모양새도 새롭다. 여성문제를 다룬 작품이라 역대 진행자 가운데 MBC 앵커 손석희씨와 성전문가 구성애씨의 인기가 컸다는 후일담도 재미있다. 무대에 돌아온 손숙씨에 대한 궁금증도 빠지지 않았다. "어떻게 그 많은 대사를 욀 수 있나요" "또 정치권에서 손짓을 보낸다면" "본인이 연극 같은 상황이라면" 등 진행자 박씨는 손씨의 속마음을 콕콕 찌른다.

연출자 임영웅씨는 "같은 내용을 다룬 86년의 '위기의 여자' 공연보다 여성의 독립을 외치는 관객이 늘어 세월의 변화를 실감한다" 고 말한다. 하지만 역시 고마운 것은 관객의 뜨거운 반응. 연극의 주인은 연기자도 연출자도 아닌 바로 관객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23일까지. 앞으로 방송인 김자영(12일).김종찬(19일)씨가 출연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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