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비평·꼼꼼한 리뷰…월간 '문예주의보' 창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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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작품의 됨됨이는 뒷전이고, 아예 작품성과는 거의 관계도 없는 요인들에 의해 그저 그런 글이 '우수작' 으로 행세하기도 한다. (중략)상업주의, 전략적 패거리, 강단 비평이니 하는 일이 계속되거나 더 커지면 문학이 해이해져 저질 글들이 판치게 되고, 그렇게 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독자와 작가 자신이 될 것이다. ' (창간사 중에서)

젊은 문인 6명이 최근 문단주변의 풍토와 작품 경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월간 '문예주의보' 를 창간, 문단의 반성과 개혁을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창간의 주역은 모두 기성 문단에 대해 강한 비판적 시각을 지닌 30대라는 점이 특징이다.

김성달(평론).이명복(소설).이성준(소설).이승기(소설).이호규(평론).이흥복(소설)씨 등이다. 1년여 전부터 '이소 문예연구소' 라는 모임을 만들어 창작과 비평을 함께 토론해온 동인들이다.

이들은 6개월여에 걸친 준비끝에 지난달 주머니를 털어 창간호 1백부를 인쇄해 지인들에게 돌렸으며, 최근 2호 1백부를 찍었다.

'주의보' 라는 이름을 택한 것도 기상청의 '태풍주의보' 처럼 문학세계의 흐름을 매순간 정확히 관찰해 독자들에게 이상현상을 소리쳐 알리겠다는 취지다.

이성준씨는 "무수한 문학작품들이 매달 발표되고 있어 일반독자들은 어떤 것을 골라 읽어야할지 혼돈스러울 정도다.

문예주의보는 모든 발표작을 샅샅이 읽고 분석한 뒤 품질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직접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동인들은 지난해 계간지 가을호와 월간지 11월호에 발표된 소설 56편을 모두 읽었다.

그중 '추천할만한 작품' 5편을 골라 창간호에 재수록했다. 또 56편 하나 하나에 대해 작품 내용을 정리한 '리뷰(Review)' 와 비평을 담은 '크리티시즘(criticism)' 을 실었다.

창간호를 받아본 지인들은 "용기있는 시도다. 더 강하게 쓰라" 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따라 6명의 젊은 문인들은 후원회원을 모집하면서 조금씩 인쇄부수를 늘려나가 조만간 일반서점에도 내놓을 예정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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