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를 취재한 기자는 ‘공문’이 ‘공문(空文)’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강생의 10~15%가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조차 버젓이 성업 중이었던 것이다(본지 10월 6일자 32면). 초·중·고교는 학생 10%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교육청 지침에 따라 휴업하게 돼 있다. 공문은 학원도 이 규정을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학원들은 신종 플루 관리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됐어도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교육당국이 학원에 공문을 보내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대치동의 한 학원 원장은 “신종 플루 환자가 많아지면 학원도 손해라는 걸 알지만 다른 학원은 영업하는데 우리만 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한 학원도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교육당국의 안이한 행정은 더 문제다. 서울의 경우 3만여 개의 입시학원을 38명의 공무원이 담당한다. 밤 10시 이후 야간교습 단속과 신고포상금제를 맡은 이들로 신종 플루 업무는 덤이다. 그러니 학원에 신종 플루가 퍼져도 현황을 파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문 한 장을 달랑 보내놓고 대책을 세웠다고 한 것이다.
이종찬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