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 살인 시작 단계서 잡혀 …다음 재판 안 나오겠다"

"나는 내 인생을 포기했습니다. 판사님은 나의 죄를 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쇄 살인범 유영철(34)씨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씨는 검은색 반팔 남방과 바지 차림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약간 기른 모습으로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나타났다.

그는 재판을 마치고 "재판은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면서 "다음 기일부터 법정 출두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하자 퇴장하다가 방청객을 뒤돌아보며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이날 공소장에 기재된 21명의 피해자보다 두 명을 더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제사 때문에 수원에 내려간 7월 11~12일을 제외하고는 7월 8일부터 13일까지 매일 한 명씩 4명을 살해했다"면서 "2명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씨가 7월 8~13일 두 명을 살해한 것으로 기소했다.

그는 이날 다소 머뭇거리면서도 잔혹한 토막살인 과정을 낱낱이 설명했다. 또 "사람들은 많이 죽였다고 하지만 나는 살인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잡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방청객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청원경찰.교도관 20여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119 구급대원 3명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 밖에서 대기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