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검은 과부들'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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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오세티야 공화국 학교의 인질극 참사를 비롯, 최근 러시아 내 테러사건에서 여성 테러범이 급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70명이 숨진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사건이다. 41명의 인질범 중 18명이 여성이었다. 지난해 러시아 록 콘서트장의 자살폭탄 테러도 체첸 여성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러시아 여객기 폭발사건과 모스크바 전철역 테러 사건도 체첸 여전사들의 소행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학교 인질극 참사 때는 여성 인질범이 몸에 폭탄을 두르고 자폭, 엄청난 인명 손실을 낳기도 했다.

이들은 서방세계에서'검은 과부들(Black Widows)'로 불린다. 남편이나 자식을 러시아와 체첸 간의 싸움에서 잃은 뒤 테러조직에 가담하는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상복의 검은색에서 따온 별명이다.

여성 테러범이 증가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6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보도했다.

첫째, 여성이 테러를 감행할 경우 "오죽하면 테러까지 했겠느냐"는 동정론이 일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 IHT는 "생명을 빼앗기보다 낳고 기르는 게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라며 "이들이 자살 테러를 단행할 경우 테러의 잔인성보다 그 배경에 여론의 초점이 모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성에 비해 들킬 위험이 적다는 실질적 이유도 작용한다고 IHT는 전했다. 수사기관에서도 설마 여성들이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하겠느냐고 방심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외간 남자와의 신체적 접촉을 절대적으로 금기시하는 이슬람계 여성의 경우 몸수색이 여의치 않아 검색망을 피하기 쉬운 것으로 분석됐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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