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 날개 꺾인 '대통령의 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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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 전 대통령의 둘째딸 타티야나 디야첸코(39.사진)가 마침내 날개를 잃었다.

그녀는 그동안 대통령 행정실(크렘린)의 부실장급 직책에 앉아 아버지 이상의 권력을 휘둘러왔으나 지난해말 옐친의 조기 사임 직후인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직무대행으로부터 직위해제된 것이다. 그녀의 직위해제는 이고리 샵두라술로프 크렘린 제1부실장이 전날 브리핑을 통해 디야첸코가 조만간 대통령 이미지 담당 자문역을 그만둘 것이 분명하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디야첸코는 지난 1997년 여름부터 크렘린에서 활동해 오면서 아버지와 함께 러시아 권력의 상층부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권력이 강한 만큼 구설도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 돈세탁 문제에 깊이 개입됐다는 의혹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남편 레오니드 디야첸코의 해외 계좌에 2백만달러가 입금된 사실도 밝혀진 바 있어 그녀는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항상 좌초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영국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는 "아버지는 조만간 정계에서 은퇴하실 것이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하야하게 될 것" 이라고 충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그녀의 '예언' 이 있은 지 두달 만에 옐친은 사임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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