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안’ 산업계 업종별 두 갈래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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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의 온실가스(CO2) 배출량 감축안이 ‘1안(2020년 배출전망치의 21% 감축)’이나 ‘2안(27% 감축)’보다는 ‘3안(30% 감축)’으로 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철강·시멘트·석유화학·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전자·전기 업종 등은 정부의 세부 지침이 어떻게 될지에 더 관심을 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홍성일 경쟁력강화팀장은 “9월 말 211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안 또는 2안을 원하는 기업이 70% 이상이었다”며 “만약 3안이 된다면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업계는 생산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비례하는 산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생산량이 줄거나 비용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포스코의 허남석 생산기술부문장(부사장)은 “산업별 특성과 경쟁력을 감안해 합리적인 감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이종인 전략기획실장(전무)은 “정부의 정책 취지는 동의하나 국가 발전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1안을 발표하되 유럽연합(EU)·미국·중국의 합의를 전제로 3안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최근 저가의 벙커C유를 이용해 고가의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뽑아내는 고도화시설의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GS칼텍스는 3조원을 투자해 고도화설비인 제3중질유 분해시설을, 현대오일뱅크도 3조6000억원을 들여 충남 대산에 고도화시설을 짓고 있다. 그런데 시설투자가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강화되면 시설 투자를 줄여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는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심재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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