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 군살빼기 조직 개편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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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중공업노조가 ‘회사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에 대비해 노조 조직 군살 빼기에 나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정부의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제도 강행 방침에 맞서 총력투쟁에 나선 가운데 전국서 처음으로 정부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움직임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5일 노조 소식지 ‘민주항해’를 통해 “12개 부로 되어 있는 현재의 조직을 7개 실로 바꾸기 위한 규약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부와 조사통계부를 정책기획실, 조직쟁의부·문화체육부·교육부를 조직문화실, 법규고충처리부·고용대책부를 고용법률실로 통폐합하는 등의 조직개편안도 공개했다.

노조는 “조직개편의 가장 큰 목적은 예산 절감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될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될 경우 노조 자체적으로 전임자 임금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시대의 요구에 노조가 한발 앞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의 계획대로 조직개편이 이뤄지면 전체 전임자 55명 중 당장 5명의 집행부 부서장 자리가 없어진다. 또 부서원의 숫자는 시간을 두고 줄여나갈 계획이다.

익명을 요청한 노조 측 관계자는 “당장은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인원감축 없이 전원을 통합될 부서에 배치하되 시간을 두고 중복 업무 담당자를 줄여 전문성 향상과 예산절감의 목표를 달성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쇄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조의 자주성 확보를 위해 회사가 전임자 임금지급을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게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노조가 재정자립을 위한 자구노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자 임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려면 조합비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노조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정부도 조합비를 세액 공제해줘서 조합원의 실질적 부담이 현재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해부터 노조 내 노동문화정책연구소를 통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한 준비를 해왔다. 이 연구소가 최근 노조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8.7%가 ‘노조의 재정독립을 위해 조합비 인상에 찬성한다’라고 응답했다. 또 “반대자가 찬성자보다 조금 높은 것은 직접적인 손실을 입지 않으면서 재정독립을 원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조가 자구노력뿐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노조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시간과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제언을 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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