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내려봐도 소비자'부동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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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인근 아파트보다 분양가를 떨어뜨린 채 나온 아파트의 청약 결과가 신통찮다. 최근 들어 주택업체들이 같은 곳에서 분양된 다른 아파트보다 적게는 평당 10만원에서 많게는 평당 100만원까지 내린 값에 선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위축된 소비자의 청약심리를 움직여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한 편이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의 월드메르디앙은 1년 반 전 같은 동에서 분양된 H아파트보다 32평형을 1500만원 싸게 내놨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청약신청을 접수해보니 3순위까지 총 분양분 318가구의 70%인 222가구나 미달됐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가 막혀 투자수요가 없는 데다 실수요들마저 판교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는 분위기여서 분양가를 내려도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이 지난달 말 부산시 명륜동의 재건축아파트 일반분양 물량 59가구를 인근에서 분양된 S아파트보다 평당 50만원 정도 싸게 내놨으나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지 않았다. 3순위에서 평균 1.6대 1로 마감했을 정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부산에서는 분양가 이하로 살 수 있는 미분양 아파트도 많아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잘 먹히지 않았다"며 "청약시장이 살아나려면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의 규제 완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기껏해야 총 분양가에서 500만~1000만원 정도 내리는 것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며 "소비심리가 장기간 가라앉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부양조치가 없으면 분양가 인하 조치도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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