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신춘중앙문예 시조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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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새로운 세기를 열어갈 '뉴 밀레니엄 시조' 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이번 응모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을 간추려 요약하면 '뼈다귀의 포엠(Poeme)' 과 '껍데기의 포엠' 이 반반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제를 구체적으로 소화해내지 못한 채 '날것' 을 들고 도전한 경우가 태반 이상이었다.

소화불량의 주제는 결국 백화점식 언어의 나열이나 부자연의 극치인 오버 액션, 우편엽서같은 풍광 묘사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가운데 '뼈다귀의 포엠' 과 '껍데기의 포엠' 을 적절하게 융화시킨 작품은 조현선씨의 '안부' , 김종은씨의 '광화문사(死)거리' , 장민하씨의 '섬' , 이국희씨의 '인연(因緣)에 대하여' , 김규씨의 '밤' , 강문복씨의 '섬가(歌)' , 그리고 송필란씨의 '가자미' 였다.

당선작 '가자미' 는 손끝의 기교나 감성에만 의탁하여 시조문학을 경영하려는 안이한 태도와는 달리 문학적 진지성이 엿보였다.

장거리 어물전에 나앉은 생선의 시각을 통해 우리 사는 세상을 점묘법(點描法)으로 그리면서, 지난 세기의 암울했던 정조를 오버랩시켜 비아냥거린 풍자수법이 돋보였다.

여기 이름 밝히는 일은 삼가지만, 한 작품을 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이른바 '겹치기 투고' 가 성행하고 있는 현상은 시조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속적 명리(名利)를 좇는 그런 행위는 어떤 수식어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판단, 최종심사 때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했음을 밝혀둔다.

<심사위원 : 김제현.윤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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