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은 강물이 흐르듯
학이 나른다
천년을 보던 눈이
천년을 파닥거리던 날개가
또 한번 천애에 맞부딪노나
산덩어리 같어야 할 분노가
초목도 울려야 할 서름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 서정주(徐廷柱.85) '학' 중
새 천년이다.
돌아다보면 시의 천년이 숨가쁘게 학의 날갯짓으로 달려왔고 내다보면 더 밝은 시의 천년이 날아오르고 있다.
이 크나큰 시간의 하늘문 앞에서 미당(未堂)의 학을 만난다.
먼 신라로부터 이 나라 정신의 마디마디를 학의 울음으로 터뜨려온 미당, '산덩어리 같어야 할 분노' 도 '초목도 울려야 할 서름' 도 이제는 학의 춤으로 모두 이겨내고 곱게 피어나는 시의 아침이 우리의 가슴을 열어주고 있다.
이근배 <시인>시인>
*** 詩가 있는 아침' 의 필자가 오늘부터 고은 시인에서 이근배(李根培.60)시인으로 바뀝니다.
61년부터 각 신춘문예 시.시조.동화부문 등을 석권하며 등단한 李시인은 시단 중진으로 활발한 시작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또 작금의 문단 안팎, 특히 고전에 통달해 시의 위엄과 멋, 삶의 각성에 대해 둔중한 울림을 독자에게 줄 것입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