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용제 '사랑하는 대륙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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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굶주린 평원

그것이 너의 가슴팍이다

붉게 벗어진 산맥

그것이 너의 앙상한 등대뼈다

어머니 품 너희들의 잠자리는 상처투성이

시체로 가득 차고

선혈에 흠뿍 젖어

아아 식민지 지옥의 산야에는

한방울 물을 뜰 자유도 없고

한 묶음 풀을 베일 나무그늘도 없다

굶주린 평원에 납짝한

초가집 다락방과 온돌 밑에는

어떤 생활의 신음이

어떤 자장가가 있느냐

그 도가니 속에서 끓어오르는 싸움 노래에

너의 방패에

어떤 참혹한 탄압의 피가 배는가

너 어머니인 대륙은 잘 알고 있다

- 김용제(金龍濟.1909~1994) '사랑하는 대륙아' 중

갓 스무살의 유학생으로 일본 나프, 즉 일본 프롤레타리아 시인회 간사.사무국장을 지낸다.

카프 도쿄(東京)지부장. 감옥생활 3년 뒤 40년대 극단적 친일. 조선문인보국회 상임이사. 6.25 뒤 흥사단 이사. 신군부 전두환체제 아래 평통자문위원. 좌익 저항시집.친일시집, 그리고 결코 역작이 아닌 김삿갓전기 등이 있다.

그의 생애 실로 파란과 굴절투성이였다.

여기 대륙을 노래함에는 식민지 조선의 절망이 비분에 찬 어조로 그려진다.

이마 넓고 눈썹과 눈이 크고 코가 크고 귀가 큰 용모는 어지간히 시련에도 단단한 인상이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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