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현주엽 '약일까… 독일까' 골드뱅크 득실 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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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프로농구 슈퍼 포워드 현주엽(24.1m95㎝)이 새롭게 몸담은 골드뱅크에서 승리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까. 두 가지 점에서 가능하다.

우선 현주엽은 정해진 틀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펼칠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했고 팀 공헌도도 높았다.

서장훈.재키 존스 등 대어가 득실거리는 SK는 사실 현주엽이 마음껏 휘저을 수 있는 '물' 이 아니었다. 현주엽은 파워 포워드도, 스몰 포워드도 아닌 불분명한 역할을 맡아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다.

골드뱅크는 다르다. 에릭 이버츠 외에는 믿을 만한 득점원이 없었던 골드뱅크는 바로 현주엽의 올라운드 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팀이다. 현과 포지션이 중복될 만한 선수도 없다.

둘째로 현주엽은 서장훈에 대한 라이벌 의식으로 더욱 분발할 것이다. 현주엽은 서장훈과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경쟁 목표를 상실했고 SK가 서장훈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 소외감마저 느꼈었다.

현주엽은 내심 '타도 서장훈' 을 외치며 정면대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현의 파이팅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원하는 골드뱅크의 목표와 맞물리면서 극적인 상승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물론 골드뱅크에도 부담은 있다. 현주엽의 플레이는 많은 동료들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면이 있으며 특히 이버츠와의 역할 분담이 문제다.

둘이 조화되면 시너지 효과를 내겠지만 반대의 경우 팀워크가 와해될지 모른다.

전술적으로 현주엽 중심의 플레이는 상대팀 수비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골드뱅크의 멤버 구성으로는 현주엽이 봉쇄될 경우 구사할 타개책도 많지 않다.

결국은 현주엽이라는 최고의 카드도 골드뱅크에서 쓰기 나름이다. 분명한 사실은 현주엽이 물 만난 고기가 되느냐, 고립무원의 독불장군이 되느냐에 따라 골드뱅크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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