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장애인 여러분, 미처 몰랐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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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8월 27일부터 격주로 ‘일상탈출 장애탈출-우리도 간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모두 7회로 계획했고, 이제 2회만 더 내보내면 끝난다. 이 기획은 당초 한국관광공사가 착수한 ‘소외계층 관광 활성화 캠페인’에서 비롯됐다. 몸이 불편하거나 돈이 없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 우리도 동참한 것이다. 본래 ‘소외계층’이란 범주엔 저소득층도 속해 있었지만 이번엔 장애인을 위한 여행과 레저만 다루었다.

시리즈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여행기자로서 여태의 작업을 혹독히 반성하고 있다. 햇수로 5년째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독자에게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는 기사를 써댔다. 하나 여태의 기사는, 자체로 한계가 노정된 것이었다. 400만 명에 달한다는 장애인에겐 그야말로 남의 세상인 기사만 써댄 것이다. 단풍이 곱다고, 걷는 게 몸에 좋다고 떠들어댄 건, 장애인에게 되레 박탈감만 안겼을 뿐이었다.

올 7월 장애인 전용 관광버스가 국내 최초로 운행을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일반버스 내부를 개조해 10대가 넘는 휠체어가 리프트를 타고 버스에 오르게 됐을 때 장애인 복지단체 한벗재단의 유영옥 이사는 ‘장애인신문’에 다음과 같은 축하의 말을 남겼다.

‘전에는 짐짝처럼 낯선 사람의 등에 업히거나 아기처럼 팔에 안겨 버스에 오르내렸습니다. 옷이 틀어지고 허리 살을 부끄럽게 내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버스는 손을 흔들며 오를 수 있다지요!’

이 빤한 사실을, 아니 이 엄연한 진실을 이번 시리즈 전엔 여행기자가 몰랐던 거다. 우리나라에 한 대밖에 없는 장애인 관광버스는 10월 한 달 동안 4일만 빼고 내내 길을 달렸다. 이토록 주문이 쏟아질 줄은, 버스 개조비 7000여만원을 대준 문화체육관광부도 몰랐던 거다.

장애인 여행을 지원하는 한벗투어의 곽재욱 팀장은 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장애인 시설이라고 대단한 게 아니에요. 문턱 없애고, 폭 90㎝가 되는 문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90㎝는 전동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장애 어린이와 함께 소풍 나온 복지재단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바깥에서 한번 놀고 오면 두고두고 자랑해요.” 이 모든 걸, 미처 몰랐던 거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게 있다. 장애인 시설을 고안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으면, 유모차도 다닐 수 있고 지팡이 짚은 노인도 다닐 수 있으니 결국 전 국민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번에 새로 배운 거다. 배운 건 또 있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일반인이 아니다. 비장애인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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