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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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통일농구 첫날 경기가 벌어진 잠실실내체육관에는 행사 시작 2시간여 전부터 관중들이 몰려들어 오후 2시30분쯤 1만4천여 관중석을 모두 채웠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관중은 통로 계단에서 관전, 통일 농구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실향민 정모(61)씨는 "북한 선수들을 보기 위해 일찍 경기장에 나왔다'" 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남북간 교류가 활발해져 통일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체육관 주변은 인파와 차량들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으며, 암표상이 등장해 무료 입장권을 1만~1만5천원에 팔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연.고대 응원단 자원봉사

○…관중들은 좌우 골대를 기준으로 '단합' 과 '단결' 로 편을 갈라 고려대와 연세대 자원봉사 응원단의 주도 아래 아리랑 등을 합창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쳐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경기장에는 내외신 기자 1백50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 이명훈.조성원 나란히 입장

○…경기에 앞선 선수 소개 순서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손을 잡고 나란히 입장해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특히 신장 2m35㎝인 이명훈은 현대 조성원(1m80㎝)의 손을 잡고 등장하자 "정말 크네" 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 기념촬영때 "김치" 연발

○…선수 소개에 이어 선수단의 기념 촬영에서 관중들은 지난 9월 평양경기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이명화.이명훈 등 북한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김치" 를 연발. 다소 얼굴이 굳었던 북한 선수들은 장내 아나운서가 "이명훈 선수 키가 크므로 잘 찍어야 사진이 나온다" 고 농담하자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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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선우 감독은 이날 친선경기에서 이상민.추승균.조성원 등 현대 핵심선수를 제외하고 기아의 강동희.김동언과 현대의 후보선수 4명을 북한 변우준 책임지도원이 감독을 맡는 단결팀에 보냈다. 북한은 이명훈을 단결팀에 남게 한 대신 박천종 등 선수 6명을 단합팀에 내주었다. 따라서 세계 최장신 이명훈(우뢰)과 국내 프로농구 어시스트왕 강동희가 단결팀으로 한 팀을 이뤘고, 단합팀은 이상민과 '북한의 마이클 조던' 박천종이 주전으로 짜였다. 여자 경기는 지난 9월 평양 대회에서 한 팀을 이뤘던 북한 최고 스타 이명화(회오리)와 전주원이 각각 단결과 단합으로 갈라져 맞대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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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향민들 북녘땅 향수달래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10대 팬들은 남북한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큰소리로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한 반면 50~60대 실향민들은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모습이었다.

** 선수단 차량에 시민들 환영

○…북한농구단과 교예단은 오전 9시 숙소인 워커힐호텔을 출발해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이동. 북한선수단 차량행렬이 천호대교를 지나 시내를 통과하자 출근길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시민들은 특히 '리명훈 235' 라고 적힌 미니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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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자선수들은 감색 바탕에 노란줄 유니폼만 입은 반면 여자선수들은 유니폼 위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빨강색 목도리까지 둘렀다.교예단원들은 자주색 운동복만 입었으며 날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보다 (서울이) 따뜻하다고 하나 아직 잘 모르겠다" 며 말꼬리를 흐렸다.

○…북한선수단 단장인 송호경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선수단과 함께 잠실실내체육관에 도착해 경기장 시설을 둘러봤다.송단장은 조명.음향 등 교예단 공연 관련 시설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북한측 한 간부는 "경기장이 생각보다 낡았지만 경기를 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오전 9시40분 잠실실내체육관에 도착한 북한 남녀 선수들은 코트를 나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연습을 시작했다.선수들은 준비해온 감색과 흰색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이명훈을 중심으로 포스트플레이 등 팀플레이 위주로 훈련에 들어갔다. 이명훈은 무릎 보호대를 차고 나왔지만 모든 팀플레이를 정상적으로 소화해냈다.이명훈은 레이업슛은 물론 3점슛까지 정확히 성공시켜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덩크슛은 하지 않아 무릎이 다소 불편한 듯이 보였다.

○…한국의 강동희.이상민은 경기에 앞서 국내 농구선수들이 제작한 '별들의 전쟁' CD와 테이프를 북한선수들에게 전달했다. '별들의 전쟁' 은 지난 여름 한국농구연맹(KBL)이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허재.문경은.강동희.이상민.전희철이 취입했다.

허진석.정제원.성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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