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포기 3당 3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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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여 합당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회의측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으며, 자민련과 한나라당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속사정은 좀 다르다.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이해관계가 같은 당내에서도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회의〓여권 총선전략의 대전제였던 2여 합당 구도가 깨지면서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국민회의 핵심 당직자는 "지난해 6.4 지방자치선거 때는 정권 초기인 데다 공동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 연합공천이 위력을 떨쳤지만 지금은 그 반대" 라고 우려했다.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이제는 각자 협력하면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됐으며 연합공천을 당선가능성을 위주로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金총리가 합당하지 않을 줄 알았다" 며 "신당을 띄우는 데 노력하면 승산이 있다" 고 강조했다. 신당측 이재정(李在禎)총무위원장은 "합당이 꼭 됐어야 했는데…" 라며 안타까워했다.

◇ 자민련〓겉으로는 "앓던 이가 빠졌다" 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 일각에서는 김종필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의 설득에 번번이 마음을 바꿨던 경험 때문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회동 직후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이양희 대변인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 국민에게 혼선을 빚게 했던 합당문제가 깨끗하게 정리됐다" 며 "이를 계기로 양당 공조가 더 굳건해질 것" 이라고 논평했다. 김용환 의원의 '벤처신당' 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칠환 의원도 "신당 창당의 명분이 없어졌다" 며 자민련 잔류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속반응은 복잡했다.특히 합당 불가 서명운동까지 벌였던 영남권 의원들은 "무소속이나 한나라당으로 몸을 바꾸기 위한 '탈당명분 축적용' 으로 합당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는데 곤란하게 됐다" 고 허탈해했다. '합당 불가피론' 을 폈던 수도권 의원들은 "내년 선거가 어렵게 됐다" 며 한숨을 쉬었다.

◇ 한나라당〓반색하는 표정이다.당직자들은 "내년 총선 구도가 2여1야로 확정됐기 때문에 싸우기가 한결 쉬워졌다" 고 입을 모았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이념과 정책이 다른 두 정당이 정략적인 합당을 포기한 것은 당연한 일" 이라고 논평했다.그는 "2여의 연합공천이 문제지만 합당의 경우보다는 파괴력이 약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총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에서 승기를 잡았다" 고 말했다. "두 여당의 연합공천이 말처럼 그렇게 쉽게 이뤄지겠느냐" 고 공동여당 연합공천에 대해 회의론을 폈다.하지만 충북 출신의 한 의원은 "충청도엔 자민련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 가능성이 있다" 고 걱정했다.

이하경.전영기.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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