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6인이 추천하는 세밑 문화가 공연들] 뮤지컬 '…굿바이 199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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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9세기가 오페라의 시대였다면 20세기는 뮤지컬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뜻에서 뮤지컬은 밀레니엄을 보내는 송년무대에 잘 어울린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내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31일까지 펼쳐지는 '뮤지컬 콘서트-굿바이 1999!' 는 온 가족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이 작품은 지난 30여년간 전 세계를 풍미했던 뮤지컬들 중에서 주옥같은 장면들을 한자리에 모아 현대 뮤지컬의 역사를 한눈에 보게 한다.

여기에 윤복희.유희성.김원정.이희정.이정화.임선애.서지영.김영주 등 뮤지컬 전문배우들이 개인 콘서트처럼 기량을 발휘하고 코러스가 뒤를 받쳐주는 앙상블 무대의 열기는 객석까지도 훈훈하게 만든다.

우리의 창작 뮤지컬의 노래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지만 배우들의 열정만은 브로드웨이 수준에 못지 않다.

이 공연을 특히 빛나게 하는 것은 각 장면을 관통하는 사랑과 희망에 대한 메시지이다. 크게는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의 희생적 사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서 작게는 전설적이고 낭만적인 사랑( '오페라의 유령' )과 월남전의 비극적 사랑( '미스 사이공' )등 다양하게 펼쳐지는 사랑의 모습들이 감동적이다.

그런가 하면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 험난한 삶을 살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끝까지 인내해 총리에 오르는 요셉의 이야기( '요셉과 총천연색 때때옷' )는 인생의 고난이 영광의 전주곡이 된다는 희망도 준다.

자칫 산만하기 쉬운 각 장면들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의 20주년 기념공연때 포함되었던 '우리 다시 시작해요' 라는 노래를 주제곡처럼 사용, 짜임새 있게 아우르는 등 역동적으로 무대를 운용하는 연출가 양혁철의 솜씨가 발군이다.

한 천년을 마감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게 하는 맛있는 종합선물 세트같은 공연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은 공연이다.

이혜경 <연극평론가.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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