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직 총사퇴’ 사실상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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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과 정세균이 과감하게 변하겠다”(1일)고 밝힌 다음 날인 2일, 민주당은 전과 달랐다. 2일 이명박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정 총리의 연설을 몸으로 막다가 퇴장했다. 민주당도 일부 의원이 연단 쪽으로 나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긴 했지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지는 않았다. 이강래 원내대표가 “나가자”는 일부 의원들에게 “나가는 것보다는 참자”며 만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7월 24일 미디어법 통과 직후 결의한 의원직 사퇴도 정 대표의 선언을 계기로 사실상 철회됐다고 의원들은 입을 모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에게 사직서를 낸) 정 대표 등은 국회로 돌아와 줄 것을 결의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 관계자들은 “이런 가운데 정 대표가 ‘이제는 여권과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을 1일 한 만큼 민주당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사퇴 의사를 접고 원내에서 싸우는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 주변에선 그의 1일 발언을 “정세균 독트린”(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이라고 부른다.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비주류의 움직임을 차단한 뒤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권 후보로 발돋움하려는 정 대표 개인의 포석이 깔려 있다는 의미에서다.

임장혁·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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