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했으니 기소도 책임져라" 검찰, 특검팀에 몽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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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특검의 직무유기 아닙니까. "

17일 파업 유도 특검이 수사결과 발표를 하면서 구속된 강희복(姜熙復)전 조폐공사 사장에 대한 기소여부를 검찰에 떠넘기자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간부도 "검찰이 특검의 업무대행 기관이냐" 며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검찰 간부들은 한결같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기는 셈" 이라며 특검을 성토했다.

수사를 맡은 특검이 공소를 제기, 법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는 것이 당연한 데도 책임을 검찰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검찰은 하루 전인 16일 오전 특검이 사건을 인계한다는 첩보를 입수, 당시 특별수사본부장인 이훈규(李勳圭)부장검사 등 간부들이 긴급 구수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시간 회의 끝에 '접수 절대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 명의로 황급히 공문을 작성, 이날 오후 강원일(姜原一)특검측에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인계했다.

서울지검은 17일 오전 옷 로비 특검팀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옷 로비 특검팀은 이날 오후 해단식을 갖고 수사팀을 해체했다.

옷 로비 사건까지 곧 넘어올 형편이다.

검찰이 특검의 사건 인계를 강력 반대하는 이유는 특검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검이 수사를 끝내고 기소해 확정 판결을 받을 때까지 공소를 유지해야 하며,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사건만 예외적으로 넘기는 것이 법의 취지에 맞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2개월 이상 관련자들을 수사하고 그 결과를 보고했다면 사건은 마무리된 것이며, 마땅히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속된 姜전사장에 대해서는 당연히 특검측이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 해석을 내세우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뿐 검찰이 재량권도 없이 책임만 져야 한다는 불만이 반발의 배경에 깔려 있다.

특검이 넘긴 사건을 검사가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어떻게 기소.불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또 특검이 구속한 姜전사장은 기소할 수밖에 없으며, 담당검사는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역할 이외에 아무 것도 할일이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파업특검측이 이날 사건을 넘기자마자 검찰은 공판부 이석수(李碩洙)검사에게 배당하고 姜전사장을 기소토록 했다.

법률적 판단없이 특검의 의견을 존중해 기소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지만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추가 수사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더욱이 한가지 사안을 놓고 검찰수사와 다른 결론을 내린 특검의 결론에 따라 기소해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검찰은 갑갑하기만 하다.

姜전사장을 기소하면 진형구(秦炯九)전 대검 공안부장에 대해서는 공소취소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검찰은 두 사람 모두 법정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무죄다.

수사 의뢰된 검사 2명과 노동청 관계자 2명에 대한 기소를 결정하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해 검찰의 기소와 공소유지가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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