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특검 수사…"파업유도 없었다" 물러선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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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처음으로 특별검사제가 도입돼 두달동안 수사를 마치고 17일 파업유도 사건의 수사결과를 공개했지만 지난 7월 검찰 수사 때보다 물러선 결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검의 수사 결론은 사실상 처음부터 파업을 유도하기로 하는 계획은 없었으며, 파업유도의 원인이었던 조폐창 조기 통폐합도 강희복(姜熙復)전 조폐공사사장의 '1인극' 으로 이 과정에 검찰은 물론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개입은 없었다는 것이다.

특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1일 姜전사장이 경영간부회의에서 임금삭감안에 반발, 노조가 파업을 하면 9월 1일 직장폐쇄를 강행하고 그래도 안되면 조기 통폐합으로 간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진형구(秦炯九)전 대검 공안부장이 "조기 통폐합에 대한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므로 진압한다" 고 姜전사장에게 약속한 것도 당시 구조조정을 대명제로 추진하던 정부 방침이나 대검 공안부의 지침을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한마디로 이 사건의 발단이었던 "우리가 파업유도를 했다" 는 秦전부장의 말은 그야말로 취중발언(醉中發言)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고 실제 수사과정에서도 秦전부장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전지검 공안부 검사들과 노동청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인계도 이들이 조폐창 조기 통폐합을 통한 파업유도를 지시.유도했다는 혐의가 아니다.

특검이 문제삼은 부분은 지난해 공사 분규 때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구조조정안을 제시하라는 내용의 문건이 사용자측의 입장에 서서 간여한 듯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파업유도의 책임자인 姜전사장도 처음부터 파업을 유도하기 위해 조기 통폐합을 추진한 게 아니라 조기 통폐합을 밀어붙이면 파업이 일어나리라고 충분히 예상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무시, 결과적으로 파업을 유도한 셈이 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검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정부에서 제시한 인원감축안을 이미 지난해 8월말 달성한 상태로 굳이 통폐합을 추진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결과에 대해 노동계가 예상대로 반발하고 있다.

秦전부장의 "했다" 는 사실상의 자백이 있는데 검찰의 개입 부분이 빠진 것은 축소은폐 수사라는 주장이다.

또 당시 공기업 경영인들이 정부기관이 제시한 구조조정안으로 압박받던 상황에서 姜전사장이 조기 통폐합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조기 통폐합 때문에 파업이 일어났고 조기 통폐합은 기획예산위 등에서 적극 요구했던 방침인 만큼 결과적으로 파업유도의 원인(原因)에는 당시 정부기관의 보이지 않던 '압박' 이 있었거나 위법행위를 방조하는 무리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통해 검찰 공안부가 공안합수부회의를 통해 구조조정까지 논의하는 등 불필요한 업무까지 했다고 지적, 공안부는 그동안 업무범위라고 인정해온 '관행' 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더구나 姜전사장의 조기 통폐합 결정과 추진이라는 경영상의 판단이 왜 업무방해에 해당되느냐며 재계도 반발을 숨기지 않고 있어 파장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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