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용 총장 배수진 검찰 수사팀-수뇌부 갈등 확산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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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대검에서 벌어졌던 수사팀과 수뇌부의 갈등은 일단 봉합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17일 서둘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수습에 착수했다.

朴총장은 "수사팀과 수뇌부 사이에 일부 이견이 있었으나 모두 진실을 찾아나가기 위한 과정이다.

오늘 수사팀을 불러 격려했다.

이종왕 수사기획관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철회할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朴총장은 "이번 수사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결과가 잘못되면 총장직을 걸고 책임지겠다" 는 '폭탄성' 선언까지 했다.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이다.

朴총장의 결심은 李기획관의 사표제출이 몰고올 엄청난 파문 때문이다.

만일 李기획관의 사표가 받아들여지면 그의 휘하에 있던 수사검사들은 물론 일선 평검사들도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평검사들의 서명사태와 그에 따른 '검란(檢亂)' 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그러면 검찰 조직은 영원히 죽는다" 고 말했다.

朴총장은 이와 함께 "옷 로비 수사와 관련, 서울지검에서 은폐.조작을 했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게 아니었다면 총장에게 책임이 있다" 고 했다.

특검 수사 이후 검찰이 뭇매를 맞는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총장으로서 거취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대로 대처하겠다는 각오를 표출한 것이다.

검찰 조직의 정점(頂點)인 총장이 이 정도로 나오는 판국이면 李기획관도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크다.

평소 "검사는 검사다워야한다" 며 검찰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던 李기획관이 검찰총장에게 누를 끼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17일 결국 대검 청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따라서 만일 그가 朴전비서관이 소환되는 18일까지도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는다면 상황은 또다른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이미 표출된 내부갈등을 치유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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