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문 식스맨들 "주전 안부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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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색깔이 분명한 후보선수가 어설픈 주전보다 낫다. 확실한 개성을 가진 프로농구 후보선수들이 의외로 맹활약,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시즌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들은 예외없이 '전문 식스맨' 을 보유했다. 이들은 자신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감독의 용병술에 보답이라도 하듯 소리없이 팀을 이끌고 있다.

반면 하위팀들은 주전들의 공백을 메우러 나온 선수들이 뭔가 보여주려다 실책을 연발, 팀을 곤경에 몰아넣기 일쑤다.

현대 신선우 감독은 상대팀 특정선수에게 많은 득점을 허용한다 싶으면 주저없이 '터프가이' 이지승을 투입한다. 눈치빠른 이지승은 심판의 눈을 피해 교묘한 몸싸움으로 상대선수의 기를 꺾어놓는다.

현대의 백업가드 최명도도 돋보인다. 날다람쥐처럼 빠르게 상대 속공을 저지하기도 하고 3점슛 성공률도 1위다.

삼성에서 경기당 20분 정도를 뛰는 이창수는 곧잘 '공포의 훅슛' 으로 공격의 활로를 연다. 삼성에는 또 전희철(동양) 등 상대 포워드를 잡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김택훈과 문경은에게 집중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노기석이 있다.

'수비 농구' LG는 식스맨도 역시 수비수로 활용한다. 박규현과 구병두는 강한 수비력과 함께 가끔 짭짤한 가로채기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이들이 어쩌다 던지는 3점슛은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SK는 서장훈.현주엽 등 다혈질 선수가 흥분할 때 임시처방으로 석주일을 투입한다. 외곽과 골밑을 가리지 않는 석주일은 주전선수들이 벤치에서 흥분을 삭일 동안 실책없이 팀플레이를 이끌어가 최인선 감독의 신임이 두텁다.

이밖에 기아는 이영주.김동언.하상윤.권종오 등을 바꿔가며 코트에 투입하는 인해전술로 재미를 보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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