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제재 입법시도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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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공정 선거보도를 했다고 지목한 언론인을 1년간 취재하지 못하도록 묶는 선거법 개정안은 밀실과 비공개 논의의 산물임이 드러났다.

파문이 증폭되자 15일 여야 지도부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차원의 합의사항일 뿐 당론으로 확정된 게 없다" 고 발을 뺐다.

그러나 여야 실무진의 논의과정을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 최초 아이디어〓중앙선관위의 김호열(金弧烈)선거국장 등 5명으로 구성된 선거법 개정 연구반이 발상지.

연구반은 "방송의 불공정 보도에 적용되는 제재조항이 신문 등 정기간행물에도 적용돼야 균형이 맞는다" 며 "선거기사 심의위원회를 신설, 방송법(1년 이내 출연정지)에 준하는 제재조치를 적용하자" 고 의견을 모았다.

金국장은 "이 방안은 선관위의 자체 판단이며 정당의 압력은 없었다" 고 말했다.

선관위는 지난 3월 19일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다.

◇ 입법화 과정〓정개특위 국민회의 간사인 이상수(李相洙)의원이 선관위 의견의 입법화를 주도적으로 추진.

李의원은 "방송법 조항을 원용, 막연했던 불공정 보도의 제재조항을 실효성있게 했던 것" 이라고 설명.

李의원은 지난달 9일 자민련 간사인 김학원(金學元)의원과 만나 이 조항을 넣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김학원 의원은 "당시엔 언론인 1년 업무정지 조항이 있는지 몰랐다" 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는 지난달 17일 정개특위의 선거법 소위원회에서 이뤄졌다.

회의장에는 이상수 의원과 한나라당 신영국(申榮國).김영진(金榮珍).변정일(邊精一)의원이 있었다.

간사인 신영국 의원이 "좋은 취지" 라며 동의했고, 다른 야당의원도 별다른 반론이 없었다.

◇ 의문점〓이상수 의원은 "지난달초 당무회의에서 선거법안 전반을 공식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 고 말했다.

李의원은 "구체적인 부분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당지도부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 고 정색했다.

당지도부 보고는 없었다는 한나라당 주장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논의과정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민감한 사안인 데도 학계.언론계의 의견수렴 절차가 생략됐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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