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뛰는 말을 잡아 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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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미국 증시의 투자격언 가운데 '뛰는 말을 잡아 타라' 는 말이 있다. 오르는 종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투자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대세를 따르라는 이야기다.

동양의 고사성어 중에도 '순천자흥(順天者興)' 이란 말이 있는데 시대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잘 이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동.서양의 두 격언은 일맥상통한다.

한주일의 주가를 전망하면서 거창하게 세상 흐름 운운하는 것은 이번주는 증시 기류가 바뀌는 변곡점(變曲點)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번번이 실패했던 종합주가지수 네자리수 시대 안착 여부가 관심거리다. 지난주말 지수는 38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1, 000 고지 탈환에 일단 성공했다.

만일 이번주에 지수 1, 000대를 굳건히 지켜낸다면 연말연초에 한차례 큰 장이 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900대로 되밀리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시장은 상당기간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

이번주 증시에선 주도주가 바뀔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주말 지수 1, 000대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종목들이 은행.증권.건설주 등 그동안 소외됐던 개인투자자 선호종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주 등 극히 제한된 종목군에 몰렸던 투자주체들의 매기(買氣)가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며 거래량 증가와 함께 지수가 급등하는 힘찬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개인투자자의 주도아래 시장은 당분간 업종별 순환매 양상을 띌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주말의 매기 확산이 일시적인 양상으로 끝나고 다시 인기종목군 위주의 차별화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보통신.인터넷.생명공학 등 일부 첨단주 중심의 주가 양극화 현상은 미국.일본 등 세계 증시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따라서 업종별 순환매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번주 투자자들은 지수 1, 000대의 안착 여부와 주도주 변화 양상을 동시에 관찰하며 매매할 것을 권유한다. 주도주 판단에 관한 한, 기관투자가들이 아직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매매전략을 지표로 삼을 것을 조언하고 싶다.

기존의 인기종목군이 될지, 업종별 순환매가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번주 증시에서 '뛰는 말' 은 분명히 가려질 것이다. 어떤 말이 잘 뛸지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 자신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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