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재첩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8호 11면

어스름 빛이 별을 하나 둘 지우는 새벽, 섬진강에 나왔습니다.
오늘은 세 물때라 6시부터 재첩잡이를 시작합니다.
시나브로 새벽바람이 두텁게 입은 옷도 뚫고 들어옵니다.
보온병의 뜨거운 차 한 모금으로 이겨냅니다.
광평마을에 사는 강판석씨 재첩잡이 배에 탔습니다.
아마 올해 마지막 작업일 겁니다. ‘거랭이’를 들어 올릴 때마다
크고 작은 돌이 가득이고 조개는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재첩도 날이 추워지면 모래 속 깊이 겨울잠을 잡니다.
“이렇게 돌이 많으면 뒷일이 힘들어.” “큰 돌이야 금방 골라내지만
작은 돌들은 조개와 뒤섞여 골라내기가 만만치 않아.”
추위를 털어내는 그의 몸놀림이 바쁩니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 일자리를 잃어 하동으로 내려와
어부가 된 그는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섬진강을 무척 고맙게 여깁니다.
“섬진강은 실업자를 먹여 살리는 고마운 강이야.”
한마디가 새벽바람을 쳐냅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