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퇴출' 김경태 인간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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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시 복귀할 수 있다면 시즌이 끝난 뒤 웃으면서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

기아의 최향남(33)과 SK의 '신고선수' 김경태(29.사진)가 지난 1월 말 섭씨 영하 13도의 혹한 속에 남한산성 정상에 올라 나눈 말이다.

김경태는 두산에서, 최향남은 LG에서 방출돼 '백수'였던 때다. 둘 다 LG에서 투수로 뛰던 시절, 친하게 지냈던 두 사람은 방출의 쓰라림을 안고 남한산성과 구리 한강 둔치에서 그들만의 겨울훈련을 했다. 다행히 최향남은 3월에 기아에 입단했고, 김경태도 4월 말 연습생이라고 부르는 '신고선수'로 SK에 들어갔다.

김경태는 요즘 생애 최고의 봄날을 맞고 있다. 지난 7월 1군에 등록한 뒤 4연승(무패)을 기록하며 부상병동으로 전락한 SK를 지켜가고 있다. 김경태는"4연승이라는 것보다 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SK로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김경태의 맹활약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SK는 3일 현재 53승54패로 4위지만 5, 6위 기아.LG와 단 2승 차이. 엄정욱 등 주전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결장하고 있어 언제든지 4위권 밖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김경태는 성남고.경희대 시절 팀의 에이스였지만 프로에서는 시련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1998년 LG 입단 첫해 고작 9경기에 나와 4.2이닝만을 던졌고, 99년 1승을 거둔 게 유일한 승리였다. 결국 2001년 결혼을 앞두고 LG에서 방출됐고, 이듬해 두산에 입단했으나 2패만 기록한 뒤 지난해 7월 다시 쫓겨났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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