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는 무책임" 그라스·부르디외 신문대담서 맹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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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베를린〓연합]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의 가장 무책임한 형태라고 비난했다.

유럽 좌파 지성을 대표하는 그라스와 부르디외는 독일 주간신문 차이트 대담기사에서 신자유주의는 모든 사회적인 책임을 외면하고 이윤 극대화만을 유일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곤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원칙은 무책임성이라고 몰아붙였다.

부르디외는 신자유주의는 보수적이고 복고적인 속성을 갖고 있으면서 진보적인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구태의연한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 등 유럽 좌파정당 지도자들이 겉으로만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라스 역시 지금 전세계에서 신자유주의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것은 무자비한 초기 자본주의로 역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사회주의가 더 이상 자본주의를 억제하지 못하게 되자 자본주의가 "제멋대로 놀아도 좋다" 고 생각하고 마구 날뛰는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기업에 대한 일체의 사회적 통제를 거부하는 신자유주의가 역설적으로 극좌적인 무정부주의의 오랜 꿈인 국가의 폐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가 기업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두사람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저항세력의 국제적 연대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과격한 혁명주의적 입장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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